처음 해외 정착을 준비할 때 가장 복잡하게 느껴졌던 건
비자도, 통장도, 언어도 아닌, 바로 ‘짐’이었다.
어떤 짐을 들고 갈지, 어떤 건 포기해야 할지,
진짜 필요한 물건은 뭘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다 어떻게 옮기지?
은퇴 후 해외로 이주하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짐이 적지 않다.
한두 달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몇 년, 어쩌면 평생 살 수도 있는 ‘정착’이기 때문에
익숙한 냄비, 편한 침구, 약통, 작은 가전, 좋아하는 책들까지
이삿짐 목록이 끝이 없다.
나는 처음에 생각했다.
"다 들고 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현지에서 다 사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현지 물가와 제품 품질, 배송 여건 등을 확인해보니
모든 걸 새로 사는 게 꼭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이 글은 나처럼 해외 은퇴 정착을 앞둔 사람들이
이삿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 현실적인 선택과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직접 써본, 고민해본 방식들을 솔직하게 정리한 글이다.

1. 해상 운송 – 시간은 걸리지만 가격은 합리적
‘시간은 충분하니까 싸게 보내고 싶다’는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 해상 운송이다.
국제 이삿짐 전문 업체를 통해 포장부터 수출 통관, 선적, 수입 통관, 현지 배송까지 전 과정을 맡길 수 있고,
보통 1~2㎥(입방미터) 단위의 LCL(소량 혼적 화물)로 묶어 보내게 된다.
예를 들어,
태국 치앙마이나 필리핀 세부, 포르투갈 리스본 등 주요 항만 도시로 보내는 경우,
약 1㎥ 기준 80만 원~120만 원 선이며,
도착까지는 평균 30~50일이 걸린다.
가장 무난한 침구, 옷, 주방용품, 책, 잡화류를 보낼 때 유리하다.
단점은 ‘기다림’이다.
선적 지연, 세관 검수, 날씨 등의 변수로 인해
도착 일정이 유동적일 수 있고,
짐이 도착해도 통관이 늦어질 경우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깨지기 쉬운 물품, 전자제품 등은 고장·파손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래도 가격 대비 효율성은 매우 높고,
국제 이사 전문 업체들이 서류부터 보험까지 같이 챙겨주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는 은퇴자’에겐 괜찮은 선택이다.
2. 항공 운송 – 빠르지만 비용이 문제
반면, “일단 당장 필요한 것부터 빨리 받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항공 운송을 고려하게 된다.
일부 항공사들은 국제 특송 화물 서비스로 20~100kg까지 소형 화물을 저렴하게 보내는
‘이코노미 항공 화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서 30kg 박스를 50만~70만 원 선에 보내는 경우가 있고,
FedEx, DHL 같은 국제 특송은 더 빠르지만 비용이 확 뛰어 1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항공 운송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보통 3~7일 이내 도착하고,
도착 후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처리되기 때문에
침구, 약품, 노트북, 옷 등 생활 필수품을 빠르게 가져가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단점은 역시 비용이다.
30kg 이상만 넘어가도 운송료가 급등하고,
가끔 통관 시 의료기기, 전자제품이 세관에서 보류되는 일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해외에 가기 전 항공 운송은 ‘긴급 짐 전용’으로만 썼다.
나머지는 해상으로, 또는 그냥 포기하거나 현지 구매로 해결했다.
3. 현지 구매 – 간단할 것 같지만 만만치 않은 선택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그냥 가서 사면 되지, 뭘 굳이 들고 가?”
나도 처음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막상 외국 마트에서 생활용품 하나씩 사다 보면
‘물건은 있는데, 내가 원하는 품질이 아니다’라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포르투갈, 태국, 필리핀, 조지아 등 은퇴자가 선호하는 지역들은
- 베개가 너무 얇거나
- 전기포트가 한국 규격이 아니거나
- 조리도구가 생각보다 약하거나
- 콘센트가 호환되지 않거나
의외의 생활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약통, 작은 찜기, 내 키에 맞는 의자,
자주 입는 옷, 신뢰하는 멀티탭 같은
사소하지만 매일 쓰는 물건이
막상 없으면 진짜 불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 크고 무거운 것 중 대체 가능한 건 현지 구매
✔️ 내 몸에 맞고 매일 쓰는 건 무조건 직접 가져가기
✔️ 값은 싸지만 구하기 어려운 품목은 항공 운송
✔️ 나중에 천천히 필요한 건 해상 배송으로 정리
이렇게 짐을 나누고 정리하니
비용도 분산되고, 정착 초기의 혼란도 줄었다.
4. 결론 – 나만의 이삿짐 전략을 세워야 할 때
해외로 은퇴 이주를 한다는 건,
단지 국적과 주소가 바뀌는 게 아니라
‘살림살이의 기준’도 다시 짜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선 당연했던 물건들이
새로운 나라에서는 귀하거나, 필요 없거나,
반대로 한국에서는 없던 게 그 나라에선 필수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해외 이주자는 이삿짐을 정리할 때
물리적 이동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소유’의 기준도 점검하게 된다.
무조건 많이 싸가는 것도,
아무것도 안 싸가는 것도 답이 아니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
한 달 이내 없으면 불편한 것,
비싸게 사야 할 것,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
그 기준으로 하나씩 골라서
해상, 항공, 현지 구매의 세 가지 경로로 나누는 것.
그게 지혜로운 은퇴자의 이삿짐 전략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무엇을 가져가든, 가장 중요한 짐은
그곳에서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 하나라는 것도
함께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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